좌담회 잘 진행하는 방법, 처음 맡은 사람도 흐름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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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잘 진행하는 방법, 처음 맡은 사람도 흐름 잡는 법

좌담회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

얼마 전 지인이 작은 브랜드 좌담회를 준비한다며 진행 순서를 봐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사람 몇 명 모아놓고 이야기 나누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지를 보니 분위기가 딱딱해질 포인트가 꽤 많았다. 좌담회는 단순한 회의도 아니고, 인터뷰처럼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자리도 아니다. 여러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야 해서 준비가 조금만 부족해도 금방 산만해진다.

특히 5명 이상이 참여하는 좌담회에서는 말이 많은 사람과 조용한 사람이 확 갈린다. 한 사람이 전체 시간의 절반을 쓰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좋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끝까지 한마디만 하고 끝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좌담회는 ‘좋은 질문’보다 ‘좋은 흐름’이 더 중요하다. 질문을 많이 준비하는 것보다 어떤 순서로 긴장을 풀고, 어느 지점에서 깊게 들어갈지 잡아두는 편이 훨씬 실용적이다.

좌담회 목적을 먼저 좁혀두기

좌담회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적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의견을 듣는다”는 너무 넓다. 이 정도로 잡으면 참가자들은 가격, 디자인, 서비스, 배송, 브랜드 이미지까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진행자는 열심히 받아 적지만 나중에 남는 자료는 중구난방이 되기 쉽다.

목적은 가능하면 한 문장으로 좁히는 게 좋다. “신제품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를 찾는다”, “20대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를 불편하게 느끼는 순간을 파악한다”, “지역 주민이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듣는다”처럼 말이다. 이렇게 잡아두면 질문도 훨씬 선명해진다.

  • 참가자에게 꼭 듣고 싶은 정보가 무엇인지 정한다.
  • 좌담회 후 어떤 의사결정에 쓸 자료인지 적어둔다.
  • 참가자 유형을 목적에 맞게 나눈다.

실제로 6명을 한 번에 모으는 좌담회보다, 3명씩 두 그룹으로 나눴을 때 더 구체적인 의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령대나 사용 경험이 너무 다른 사람을 한 테이블에 앉히면 한쪽 이야기에 다른 쪽이 쉽게 휩쓸린다. 목적이 뚜렷하면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질문지는 짧고 단계적으로 준비하기

좌담회 질문지를 만들 때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가 질문을 너무 많이 넣는 것이다. 90분 좌담회에 질문 25개를 넣으면 대부분 끝까지 가지 못한다. 참가자 답변이 길어지면 중간 질문은 건너뛰게 되고, 진행자는 시간에 쫓겨 계속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면 대화가 아니라 설문조사처럼 느껴진다.

보통 60분 기준으로 핵심 질문은 6~8개 정도가 적당하다. 처음 10분은 가볍게 경험을 묻고, 중간 35분은 본론으로 들어가고, 마지막 10~15분은 우선순위나 추가 의견을 받는 식으로 나누면 흐름이 안정적이다. 질문은 닫힌 질문보다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 좋다.

질문 예시

  • 최근에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써본 적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었나요?
  •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 구매하거나 참여하려다 망설였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이유였나요?
  • 주변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어떤 점을 말하게 될 것 같나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질문을 그대로 읽는 데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참가자가 흥미로운 말을 했는데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면 가장 좋은 단서를 놓칠 수 있다. “그때 왜 그렇게 느끼셨어요?”, “비슷한 경험이 또 있었나요?”처럼 한 번 더 묻는 질문이 좌담회의 질을 확 끌어올린다.

진행자는 말보다 균형을 관리해야 한다

좌담회 진행자는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보면 발언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이다. 친근하게 대화한다고 해서 진행자가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 진행자가 30분 동안 설명하고 참가자가 고개만 끄덕이는 좌담회는 좋은 자료를 남기기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은 초반에 간단한 규칙을 말해두는 것이다. “정답은 없고 서로 다른 경험을 듣는 자리입니다”, “다른 분 의견과 달라도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정도면 충분하다. 이 한마디가 생각보다 효과가 있다. 참가자들은 괜히 틀린 말을 할까 봐 조심하는데, 그 부담을 먼저 낮춰주면 훨씬 편하게 이야기한다.

말이 많은 사람이 있을 때는 끊는 방식도 중요하다. 갑자기 “시간이 없어서요”라고 자르면 분위기가 굳는다. 대신 “그 경험은 잘 이해됐어요. 이번에는 아직 말씀을 덜 하신 분 의견도 들어볼게요”라고 넘기면 자연스럽다. 반대로 조용한 사람에게는 “말씀해 주세요”보다 “비슷하게 느끼셨는지, 아니면 다르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처럼 선택지를 주면 부담이 줄어든다.

기록과 후속 작업까지 생각해두기

좌담회는 현장에서 분위기가 좋았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나중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남겨야 의미가 있다. 가능하다면 녹음 동의를 받고, 진행자 외에 기록 담당을 한 명 두는 게 좋다. 혼자 진행하면서 기록까지 하려면 참가자 표정이나 반응을 놓치기 쉽다.

기록할 때는 모든 말을 받아쓰려고 하기보다 반복해서 나온 표현, 강한 감정이 담긴 말, 서로 의견이 갈린 지점을 중심으로 적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가격이 비싸다”보다 “월 1만 원은 괜찮지만 2만 원부터는 부담스럽다”가 훨씬 쓸모 있다. 숫자, 상황, 비교 대상이 들어간 말은 나중에 의사결정할 때 근거로 쓰기 좋다.

  • 반복해서 나온 불편 사항
  • 참가자끼리 의견이 크게 갈린 지점
  • 구체적인 가격, 횟수, 시간 같은 수치
  •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경험

좌담회가 끝난 뒤에는 가능하면 24시간 안에 메모를 다시 보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면 현장의 뉘앙스가 흐려진다. “다들 별로라고 했다” 같은 막연한 기록보다 “6명 중 4명이 가입 과정에서 주소 입력을 번거롭다고 말했다”처럼 정리해두면 이후 보고서나 기획안에 바로 쓸 수 있다.

처음이라면 작게 시작하는 게 낫다

좌담회를 처음 준비한다면 거창한 세팅보다 작고 명확한 방식이 더 잘 맞는다. 참가자 4명, 진행 시간 60분, 핵심 질문 6개 정도면 충분하다. 간식이나 장소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참가자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구조다.

사실 좋은 좌담회는 진행자가 멋진 말을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참가자가 자기 경험을 떠올리고, 서로 다른 의견을 비교하고, 진행자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도 괜찮다. 목적을 좁히고, 질문을 줄이고, 발언 균형만 챙겨도 좌담회는 꽤 알찬 자료를 남기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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