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유튜버가 첫 영상을 만드는 방법

얼마 전 친구가 유튜버를 해보고 싶다며 카메라부터 골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 보니 장비보다 먼저 정할 게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줄지였다. 첫 영상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비싼 물건을 사기 전에 이 질문부터 답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내가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 고르기
처음부터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일주일 식비를 줄인 과정, 출퇴근길에 읽은 책에서 써먹어 본 방법, 반려식물에 물을 주며 겪은 시행착오도 영상 소재가 된다. 내가 직접 해봤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시작하기 좋다.
주제가 넓으면 한 편을 만들 때마다 막막해진다. ‘요리’보다 ‘퇴근 후 20분 안에 만드는 저녁’, ‘운동’보다 ‘좁은 방에서 소음 없이 하는 운동’처럼 범위를 좁혀 보자. 그러면 시청자도 이 채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쉽게 알아챈다.
종이에 영상 아이디어를 10개만 적어 보는 것도 괜찮다. 세 개쯤 쓰고 멈춘다면 관심은 있어도 꾸준히 다루기 어려운 주제일 수 있다. 반대로 실제 경험이 떠올라 10개가 금방 채워진다면 첫 달 동안 무엇을 찍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첫 영상은 작은 질문 하나에 답하기
첫 영상에 자기소개, 채널 계획, 아는 정보를 모두 넣으려 하면 길어지기 쉽다. 대신 시청자가 궁금해할 질문 하나를 고르면 촬영할 내용이 선명해진다. 예를 들어 식비 채널이라면 ‘장보기 전에 냉장고를 어떻게 확인할까’처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질문이 좋다.
촬영 전에 세 줄짜리 메모를 만든다. 첫 줄에는 시청자의 상황, 둘째 줄에는 보여줄 과정, 셋째 줄에는 실제로 해보고 느낀 점을 적는다. 대본을 한 글자씩 외울 필요는 없다. 말이 잠깐 끊겨도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지만 알면 다시 이어갈 수 있다.
가령 냉장고 확인 영상을 만든다면 남은 재료를 꺼내 놓는 장면, 먹어야 할 순서대로 놓는 장면, 그 재료로 만들 메뉴를 적는 장면이면 충분하다. 손으로 하는 일이 화면에 보이면 긴 설명을 덜어낼 수 있다. 내 경험에서 나온 작은 실패도 한두 문장 곁들이면 영상에 사람 냄새가 난다.
장비보다 소리와 화면을 먼저 챙기기
처음에는 휴대전화 한 대로도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 촬영 전에 창문을 닫고 냉장고나 선풍기 소음이 크게 들어오는지 10초 정도 시험 녹화를 해보자. 이어폰으로 들어 보면 현장에서 놓친 소음이 들릴 때가 있다.
화면은 밝은 낮에 창문 옆에서 찍는 것만으로도 한결 보기 편해진다. 창문을 등지면 얼굴이나 물건이 어두워질 수 있으니 빛이 옆이나 앞에서 들어오게 놓는다. 휴대전화는 책 몇 권에 기대어 고정해도 된다. 손으로 계속 들고 찍을 때보다 화면 흔들림이 적다.
편집할 때는 모든 침묵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같은 말을 반복한 부분, 길게 멈춘 부분, 화면과 상관없는 설명부터 덜어내면 된다. 자막도 모든 말을 옮기기보다 숫자나 재료 이름처럼 놓치기 쉬운 정보에 넣는 편이 읽기 편하다.
올린 뒤에는 다음 한 편을 위한 단서 찾기
첫 영상의 반응만으로 내 주제가 맞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제목이 내용을 제대로 알려 줬는지, 시작 부분에서 시청자가 궁금한 점을 바로 보여줬는지 살펴보는 편이 낫다. ‘첫 자취 장보기’보다 ‘2만 원으로 사흘 저녁 장보기’처럼 실제로 보여주는 범위가 드러나는 제목이 내용을 기대하기 쉽다. 물론 영상에 없는 결과를 제목에 넣으면 기대와 실제 내용이 어긋난다.
다음 영상을 만들 때는 한 가지만 바꿔 보는 게 편하다. 목소리가 작았다면 녹음 거리를 줄이고, 설명이 길었다면 완성된 모습을 앞부분에 배치하는 식이다. 제목, 촬영 방식, 편집을 한꺼번에 바꾸면 무엇이 나아졌는지 스스로도 알기 어렵다.
일정도 생활에 맞게 잡아야 오래 간다. 매주 올리기가 부담스럽다면 한 달에 두 편부터 시작해도 된다. 촬영과 편집에 실제로 몇 시간이 드는지 두세 편을 만들어 보면 내 속도가 보인다. 유튜버로 첫발을 뗄 때 필요한 건 그럴듯한 시작보다, 내가 겪은 일을 다음 영상에서도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