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커피머신 커피 맛있게 내리는 방법

얼마 전 지인 집에서 자동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마셨는데, 같은 원두인데도 첫 잔과 두 번째 잔의 맛이 꽤 달랐다. 첫 잔은 묽고 밋밋했지만 원두 양과 물 양을 조금 바꾼 두 번째 잔은 향이 훨씬 또렷했다. 버튼 하나면 끝날 줄 알았던 기계에도 작은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느꼈다.
자동커피머신은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알아서 처리한다. 그래서 편하지만, 기본 설정이 내 입맛에 맞는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부터 메뉴를 이것저것 건드리기보다 원두, 물 양, 분쇄도 순서로 하나씩 바꾸면 원하는 맛을 찾기가 수월하다.
원두는 적게 담고 자주 채우기
커피 맛을 바꾸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원두다. 향이 약해진 원두를 쓰면서 추출 설정만 바꿔서는 만족스러운 맛을 내기 어렵다. 원두 봉투를 열었을 때 향이 선명한지, 보관 중에 습기를 먹지는 않았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좋다.
원두통에 한 봉지를 전부 붓는 것도 편하긴 하다. 하지만 커피를 하루 한두 잔만 마신다면 원두가 기계 안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며칠 동안 마실 양만 담고 나머지는 밀폐 용기에 보관해 보자. 직사광선과 열이 닿는 자리도 피하는 게 좋다. 기름기가 유난히 많거나 향을 입힌 원두는 기종에 따라 분쇄부 관리가 까다로울 수 있으니 사용 설명서도 확인해 두면 편하다.
원두를 바꾼 직후 첫 잔은 이전 원두가 분쇄부에 조금 남아 맛이 섞일 수 있다. 새 원두의 맛을 판단할 때는 한두 잔 더 내려본 뒤 비교하는 편이 정확하다.
진하기보다 물 양부터 맞추기
커피가 연하게 느껴지면 진하기 버튼부터 누르기 쉽다. 그런데 컵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게 원인일 때도 많다.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도 물 100mL를 더하면 맛이 훨씬 옅어진다. 먼저 평소 쓰는 컵의 크기와 기계에 저장된 추출량을 비교해 보자.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를 35mL 정도 내린 뒤 뜨거운 물을 110mL 더한 잔과, 커피 메뉴 한 번으로 200mL를 채운 잔은 맛의 느낌이 다르다. 수치는 입맛을 찾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큰 컵을 가득 채우는 게 중요하다면 커피를 한 번 더 내리거나, 커피와 물을 따로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설정을 바꿀 때는 물 양만 먼저 줄여서 마셔보자. 그래도 부족하면 원두 사용량이나 진하기 단계를 올리면 된다. 여러 항목을 한꺼번에 바꾸면 어느 설정 때문에 맛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다. 마음에 드는 조합을 찾았다면 컵 크기와 설정값을 메모해 두는 것도 의외로 유용하다.
분쇄도는 천천히 바꾸기
원두와 물 양을 맞췄는데도 맛이 지나치게 시거나 텁텁하다면 분쇄도를 살펴볼 차례다. 보통 더 곱게 갈면 물과 닿는 면적이 늘어 맛이 진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곱게 갈려 추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쓴맛이나 답답한 느낌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분쇄도 숫자가 뜻하는 방향은 기계마다 다르다. 숫자가 작을수록 고운 기종도 있으니 설명서의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조절도 한 칸씩 하는 게 좋다. 자동커피머신은 분쇄부에 남아 있던 원두가 이어서 나올 수 있어, 설정을 바꾼 직후 한 잔만으로 차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또 어떤 기종은 분쇄기가 작동하는 동안에만 조절 손잡이를 돌리도록 안내한다. 무리하게 돌리면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해당 기종의 방법을 따르자. 맛을 바꾸는 일보다 기계를 오래 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청소 습관이 다음 잔의 맛을 만든다
처음엔 맛있던 커피가 어느 날부터 묘하게 텁텁하다면 청소 시점을 떠올려 보자. 커피 찌꺼기통과 물받이는 매일 확인하고, 찌꺼기가 쌓였다면 비우는 편이 좋다. 물통도 오래 둔 물을 그대로 보충하기보다 비우고 헹군 뒤 새 물을 채우면 관리하기 쉽다.
추출 유닛을 분리해 씻을 수 있는 기종이라면 설명서에 적힌 주기에 맞춰 세척하자. 세제를 써도 되는 부품인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우유 거품 기능을 썼다면 우유가 지나는 부위는 사용 직후 세척하는 게 편하다. 시간이 지나면 남은 우유가 굳어 청소가 더 번거로워진다.
석회질 제거 알림이 뜨면 기계가 안내하는 절차와 전용 세척제 사용 기준을 따르면 된다. 물의 성질과 사용량에 따라 필요한 시점이 달라서, 모든 집에 같은 날짜를 정해 둘 필요는 없다. 자동커피머신을 잘 쓰는 방법은 복잡한 설정을 외우는 데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주 마시는 한 잔을 기준으로 조금씩 조절하고, 마신 뒤 간단히 관리하는 습관이 맛을 오래 지켜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