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공유기 고르고 설치하는 방법

얼마 전 친구 집에서 영상 통화가 자꾸 끊겨 공유기부터 바꾸려 했는데, 거실에서는 멀쩡하고 안방에서만 신호가 약했다. 이런 경우 비싼 제품을 사기 전에 집 구조와 설치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와이파이공유기는 숫자가 큰 모델을 고르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어디가 불편한지 찾는 게 출발점이다.
속도가 느린지, 신호가 약한지 먼저 구분하기
공유기 바로 옆에서도 인터넷이 느리다면 통신 회선, 모뎀, 연결 케이블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거실에서는 빠른데 방에 들어가면 끊긴다면 무선 신호가 닿는 범위가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휴대전화 한 대로 공유기 옆과 가장 불편한 방에서 각각 속도를 재면 차이가 꽤 선명하게 보인다. 같은 장소에서도 시간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두세 번 재는 게 좋다.
인터넷 요금제도 확인하자. 500Mbps 회선을 쓰면서 공유기의 인터넷 연결 단자가 100Mbps까지만 지원한다면 공유기를 거치는 속도에 한계가 생긴다. 기가 인터넷이라면 인터넷 연결 단자와 유선 연결 단자가 모두 기가비트를 지원하는지 살펴볼 만하다. 다만 제품 상자에 적힌 무선 최대 속도는 여러 조건을 합친 이론상 수치라서, 실제 휴대전화 한 대가 그 속도를 그대로 내는 뜻은 아니다.
우리 집 기기에 맞는 와이파이 규격 고르기
기본적인 인터넷 이용과 영상 시청이 중심이라면 와이파이 6 공유기부터 비교해도 충분하다. 가족이 동시에 휴대전화, 노트북, TV를 쓰는 집이라면 기기 여러 대를 다루는 성능이 체감에 영향을 준다. 와이파이 6E는 기존 2.4GHz와 5GHz에 6GHz 대역을 더 쓰고, 와이파이 7은 더 높은 성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6GHz를 쓰려면 휴대전화나 노트북도 해당 대역을 지원해야 한다. 공유기만 최신형으로 바꾼다고 오래된 기기가 새 기능을 쓰는 건 아니다.
주파수 대역도 알아두면 편하다. 2.4GHz는 비교적 멀리 닿지만 주변 기기와 간섭이 생기기 쉽다. 5GHz는 가까운 거리에서 속도를 내기 좋지만 벽을 지나며 신호가 약해질 수 있다. 6GHz 역시 지원 기기와 사용 환경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거실 옆 책상에서 큰 파일을 자주 옮긴다면 5GHz나 6GHz가 유리할 수 있고, 벽 두 개 너머의 작은 방이 문제라면 최신 규격보다 설치 위치를 바꾸는 일이 먼저다.
제품을 비교할 때는 숫자 하나보다 인터넷 연결 단자 속도, 유선 연결 단자 수, 펌웨어 업데이트 제공 여부를 같이 본다. 데스크톱과 TV를 케이블로 연결할 계획이라면 단자 수가 모자라지 않아야 한다. 1Gbps를 넘는 회선을 쓰거나 집 안에서 대용량 파일을 자주 옮긴다면 2.5Gbps 단자도 살펴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하지 않을 기능에 돈을 더 쓰기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제품을 고르는 편이 실용적이다.
설치 위치만 바꿔도 달라지는 경우
공유기는 집 한쪽 구석의 바닥보다 생활 공간의 중앙에 가까운, 조금 높은 곳에 두는 편이 좋다. 금속 선반 안이나 TV 뒤처럼 막힌 곳은 피하고, 전자레인지 같은 기기와도 거리를 두자. 안테나 방향보다 주변에 신호를 가로막는 벽과 가구가 있는지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방이 여러 개이고 벽이 두꺼워 공유기 한 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메시 와이파이를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추가 장치를 아무 데나 놓으면 약한 신호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본체 신호가 아직 잘 잡히는 지점과 음영 지역 사이에 설치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장치끼리 유선으로 연결하면 더 안정적이다. 좁은 집이라면 먼저 공유기를 옮겨 보고, 필요한 경우에만 장치를 추가해도 늦지 않다.
처음 연결할 때 보안 설정까지 챙기기
설치를 마쳤다면 관리자 암호와 와이파이 접속 암호를 각각 바꾼다. 두 암호는 용도가 다르다. 관리자 암호는 공유기 설정을 바꿀 때 쓰고, 와이파이 암호는 휴대전화 등이 접속할 때 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기본 관리자 정보 변경, 펌웨어 업데이트, 게스트 네트워크 사용을 가정용 공유기의 기본 보안 조치로 안내한다.
무선 보안 방식은 기기가 지원하면 WPA3을 쓰고, 오래된 기기와 연결해야 한다면 WPA2 지원 여부를 확인한다. 손님이나 스마트 가전이 많다면 게스트 네트워크를 따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자동 업데이트 기능이 있다면 켜 두고, 없다면 가끔 제조사의 업데이트 안내를 확인하면 된다.
막상 써 보면 공유기의 만족도는 최고 속도보다 자주 쓰는 자리에서 연결이 안정적인지에 달려 있다. 우리 집 회선과 기기, 벽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면 필요한 성능이 보이고 불필요한 지출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