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광 작가 그림을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

극사실 그림을 보면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붓 자국부터 찾게 됩니다. 정해광 작가의 그림도 처음에는 ‘사진처럼 그렸네’라는 감탄이 먼저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인물의 표정과 주변 사물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면, 왜 이렇게 정교하게 그렸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먼저 누구의 작품인지 확인하기
정해광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서로 다른 미술인의 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정해광 작가는 인물을 중심으로 극사실 회화를 그리는 화가예요. 아프리카 미술을 연구하고 책을 쓴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 관장과는 구분해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름만 보고 전시 경력이나 저서를 한 사람의 활동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서, 작품 사진과 전시 소개를 함께 확인하면 덜 헷갈립니다.
화가 정해광의 작품에는 ‘Aesthetics of Life’라는 제목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2023년 혜화아트센터의 정해광·김영성 초대전에는 두 작가의 작품 약 40점이 소개됐고, 2025년 아트페어 소개 자료에도 같은 제목의 2024년작과 2025년작이 실렸어요. 제목이 같더라도 제작 연도와 크기가 다르면 각각 다른 작품이니,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았다면 제목 옆의 정보까지 읽어두는 게 좋습니다.
사진 같은 묘사에서 한 걸음 더 보기
극사실 회화의 첫인상은 단연 세밀함입니다. 피부에 닿는 빛, 옷의 질감, 사물의 반사 같은 부분을 눈이 먼저 따라가죠. 실제로 정해광 작가는 공개된 작가노트에서 미세한 붓질과 빛에 따른 색의 계산, 오랜 작업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작품 앞에서 ‘얼마나 똑같은가’를 보는 재미가 분명 있지만, 그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유난히 또렷하게 보여주는지도 눈여겨볼 만해요.
예를 들어 인물의 얼굴을 먼저 본 뒤 손이나 옷, 곁에 놓인 물체로 시선을 옮겨보는 겁니다. 한 화면에서도 자세히 그려진 부분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부분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 차이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이 단순한 재현이라기보다 관람자의 시선을 이끄는 장면처럼 보입니다. 정해광 작가의 작품을 설명한 전시 글에서도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여러 시대의 이미지와 소재를 화면에 끌어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인물과 배경의 관계 읽기
정해광 작가의 그림을 볼 때는 인물만 떼어 놓고 보기보다 주변 요소와 함께 읽는 편이 재미있습니다. 전시 소개에는 신윤복의 미인도나 이집트의 네페르티티처럼 과거의 이미지를 현대적인 화면으로 가져온 작업이 언급돼요. 익숙한 인물이나 분위기인데 어딘가 현재의 장면처럼 느껴진다면, 그 낯선 조합 자체가 감상할 지점입니다.
그렇다고 그림마다 숨은 뜻을 하나씩 맞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인물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지, 배경의 색은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지, 함께 놓인 물체는 어떤 느낌을 더하는지 차례로 보면 충분해요. 작가 역시 자신의 작업에서 현대인의 삶과 감정을 다루고 싶다고 설명합니다. 작품이 건네는 분위기를 먼저 느끼고 작가의 설명을 나중에 읽으면, 내 감상과 작가의 의도가 어디에서 만나는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이렇게 감상하기
실물 작품을 볼 기회가 생기면 가까이에서 한 번, 두세 걸음 물러나서 한 번 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어요. 가까이에서는 피부와 옷, 빛의 표현을 볼 수 있고, 뒤로 물러서면 인물과 배경이 이루는 전체 장면이 들어옵니다. 정해광 작가의 ‘Aesthetics of Life’는 소개된 작품마다 크기가 달라서, 화면 크기에 따라 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작품 표기에서 ‘oil on canvas’는 캔버스에 유채로 그렸다는 뜻입니다. 재료와 크기, 제작 연도만 읽어도 온라인에서 본 이미지와 실제 그림 사이의 차이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돼요. 특히 여러 작품이 같은 제목을 쓸 때는 제작 연도를 메모해두면 나중에 다시 찾기 편합니다.
저는 이런 그림 앞에서 기술적인 완성도에 감탄한 다음, 결국 인물에게 다시 눈길이 갑니다. 표정과 자세가 남기는 감정은 사진처럼 정확한 묘사만으로 설명되지 않거든요. 정해광 작가의 작품도 그 세밀함을 천천히 지나 인물이 머무는 장면을 바라볼 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